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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의 비책

제본소에 패배하고 먼가 어쨌거나 들고가려고 하나를….이거말고 하나 더들고가고싶은데 아직 모르겟슴다

R19/20P전후

이글이 벨져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이야기. 개그라고 생각을 합니다.

글벨?릭벨?담벨? 글벨메인으로 좀 그런 분위기가 납니다. ㅇㄹ는 글벨.

 

 

 

 

 

 

그러길래 목숨은 하나라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이글은 기어코 심장을 도려내어 진 제 형제를 보면서 작게 혀를 찼다. 흐르긴 하나 싶던 피가 새빨갛게 고였다. 그 웅덩이 위로 쭈그려 앉았다. 늘어진 손을 빨간 피바다에서 건져 올린다. 젖은 검은 장갑을 벗겨보았다. 창백한 손이 이미 차갑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움직이던 몸을 천천히 훑어본다.

심장이 들어있던 왼쪽 가슴이 뻥 뚫려있다. 그 속에 뭐가 들었나 싶어 가만히 몸을 기울였다. 아주 깔끔하게 뻥 뚫린 구멍이다. 주먹보다 조금 더 클까. 속이 새카마니 보이질 않는 것이 살아 숨 쉬던 둘째 본인과 아주 잘 어울렸다. 칭찬은 아니다.

머리도 만져보고. 얼굴도 만져보고. 뻥 뚫린 가슴에 괜히 손도 넣어보고. 허리부터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전부 한 번씩 손을 댔다. 생전에 손도 못 대게 하던 몸이니만큼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기횔까 싶었던 탓이다. 찰싹찰싹 이리저리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죽은 이는 말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기에 이글은 싸늘하게 식은 제 작은형을 질리도록 만져볼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났다. 질리도록 즐겼으니 이제 다음 일에 대해 생각할 차례다.

가볍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상황은 이글에게 썩 유리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벨져와 잠시 이야기나 할까 했는데 죽어버리지 않았나.

이글이 죽인 건 아니다. 누가 죽였냐 하면……. 그건 모른다. 모르는 일이다. 이곳에 왔을 땐 이미 가슴에 구멍이 뻥 난 채 쓰러지고 있었다. 벨져 홀든이. 바닥에 쓰러져 눈을 감는 순간은 보았지만 누가 가슴에 새까맣게 구멍을 뚫고 심장을 가져갔는지까지 이글 홀든이 알 수는 없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푹 내쉰다. 죽을 거면 죽인 놈 이름이라도 적어주면 오죽 덧나나. 정말 귀찮기 그지없는 형제가 아닐 수 없다.

사흘 전, 다이무스에게서 가능하면 네 작은형을 이리 끌고 오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들은 직후이기도 한데. 큰일이었다. 다이무스에게 으름장을 놓은 기한이 앞으로 나흘이다.
이글은 무서운 첫째에게 괜한 잔소리를 듣지 않을 방법을 모색했다. 빨갛게 젖은 둘째의 시체를 눈앞에 둔 채로.

시체만 덜렁 들고 집에 맨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딱히 다이무스가 무서운 건 아니지만 굳이 잔소리가 쏟아질 걸 알면서 그대로 가는 건 바보 같지 않은가. 너란 놈은 니 형하나 제대로 못 데려오다 못해 시체로 어쩌고로 시작할 억만 광년의 잔소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피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머리를 너무 긁은 나머지 말끔하게 잡아 올렸던 머리카락이 전부 삐져나오고 흐트러졌다. 그쯤 되어서야 좋은 방안이 떠올랐다.

‘죽인 놈을 찾아서 머리라도 들고 가면 괜찮으려나?’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라며 감탄한다.

피가 뚝뚝 흐르는 머리를 들고 문을 쾅 열면서 훌쩍훌쩍 흐느끼는 행세라도 하면 어떨까. 아무 말 없이 넘겨주지 않을까. 고생 많았다 이글, 벨져는 안타깝게 됐군. 이런 듣지 못하던 말도 세트로 딸려올지도 모른다. 아. 울려면 눈에 미리 안약을 넣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